[나] 느림 증후군 디버깅

오늘 그냥 나 자신에 대해서 취약점 분석을 해보았다.
 
나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느리다" 라는 것이다. 늑장을 부리는 것이 체질화가 되어 있다.
 
오늘만 해도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좋아하는 팟캐스트 듣고 책 읽고 하면서 늑장을 부렸다.
결국 출근 시간 20분을 남겨 놓고, 아침을 허겁지겁 먹게 되었고 샤워도 초스피드로 하고도 결국 5분 늦게 출발하게 되었다. 결국 급하게 먹은 아침 때문에 오전 내내 소화 불량에 시달리게 되었다.
 
내 늑장 부림은 가장 오래된 기억을 거슬러 올라 가자면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 거슬러 올라 간다.
 
나는 학교 가는 것이 제일 싫었다.
 
나이도 다른 아이들보다 한살이 어렸는데, 동네 친구들이 모두 학교에 가버리게 되자 놀 친구가 없어질 것을 염려한 어머니의 치마바람으로 자의에 상관 없이 학교라는 것을 나니게 되었다. 생일이 12월인데다가(사실은 이듬해 1월인데 음력으로 주민등록을 올려서) 1년을 더 먼저 들어 갔으니 거의 2년을 먼저 들어 간 셈이다.
 
그래서 나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다. 이미 어린 나이에 나는 사회 부적응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학교에 항상 늦었다. 가지 않으려고 마지막까지 온갖 투정을 다 부리다가 겨우 가고는 했었다.
학교에 가서도 내가 수업이나 제대로 따라 갔는지 모르겠다. 부적응으로 인한 많은 부끄러운 에피소드들이 많지만 이것들은 공개하기조차 꺼려진다. 당연히 초등학교 4학년까지 나는 반의 거의 꼴찌를 도맡아서 했었다. 나는 내가 받은 수업의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그냥 의무감으로(의무교육이니까)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한번은 초등학교 4학년 때에 어려운 수학 문제를 내가 어쩌다가 다 맞춘 적이 있는데, 아무도 나를 믿지 않았다. 다들 내가 짝궁의 답을 베꼈다라고 비난했다.
 
그런 버릇은 고등학교까지 따라갔다. 항상 아침 등교 시간에 늦어서 주번들까지 모두 철수한 아무도 없는 교문을 혼자서 어기적 어기적 걸어 들어 간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니 말이다. 한번은 그렇게 혼자 걸어 가는 나의 모습을 우연히 보신 어느 선생님의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주위의 친구들은 항상 나보다 나이도 많고, 키도 크고 힘도 쎄었으므로 나는 항상 피해다니는 입장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때까지 나는 우리 학급의 거의 마지막 번호였다. 즉, 나보다 키가 작은 아이들은 1-2명에 불과했었다. 물론 고등학교 2학년 여름 방학 때에 갑자기 걸어 다니기 힘들 정도로 아픈 후에 키가 커버려서 다른 아이들을 따라 잡기는 했다. 하지만, 이미 학교 생활은 끝나 가는데 그 때에 키가 커 봐야 무슨 소용이랴.
 
아마도 이 때부터 내 인생의 "무드"가 결정 된듯 하다. 말없고 조용하고 내성적이며, 혼자 노는 스타일이 된 것이다.
그것을 소위 요즘에 "왕따"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난 스스로가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것을 즐겼다. 그것이 훨씬 편했던 것이다. 그래서 머리가 안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공부라는 것을 취미로 삼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공부 말고는 어디 비빌 언덕이 없었다. 운동도 안되고, 외모도 안되고, 집안 재력도 안되고. 나보다 머리 좋은 애들은 항상 나보다 적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했고, 그래서 항상 나에게 지고는 했다.
 
뭐 변명은 여기까지. 어쨌든 이 버릇을 고쳐야 한다. 늦는 것은 좋지 않다.
 
그래서 PDA에 일정 관리도 넣어 두고, 알람도 세팅해 놓고(출근 시간이 되면 PDA에서 한번, 알람 시계에서 한번 10분 간격으로 알람을 내어 준다). 구글 캘린더에 온갖 사항을 입력해 놓고(심지어 언제 머리를 깎을 것인가 에 대해서도, 안 그러면 까먹고 1년 동안 머리를 안 깎는 수가 생긴다.) 온갖 짓을 했지만, 역시나 그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어쨌든 올해에 고쳐야 할 문제중의 하나이다. 오늘 부터 더 노력할 것이다.
 
– 디버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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