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모험의 시작

벌써 8-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성(castle)에서 아니면, 샌드박스(sandbox) 속에서 안전하게 살아 온지가. 베네핏은 한때 구글에 밀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업계에서 최고라고들 하더라. 연봉도 아주 아주 많이 줘서 황송하기까지 하고, 최근 몇년간 돈도 잘 벌었다. 내가 이 돈 받을 자격이 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거기에다가 받은 주식들은 나날이 가격이 올라서 뭐 중간에 캐슁도 몇번 했지만 나름대로 좋은 경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한때에 직원수 1000명 이상 되는 회사에서 일해 보고 싶다라는 꿈을 가졌던 내가 이제 직원수 15만명은 되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니. 솔직히 내가 처음 입사했던 2010년의 마이크로소프트는 한물 갔다는 평이 많았으나 여전히 인터뷰 과정은 빡쎘다. 나를 인터뷰한 아저씨는 내가 자기가 인터뷰한 사람중에 두번째라고 하더라. 솔직히 자존심이 상했지만, 첫번째인 사람은 아주 아주 유명한 리서쳐였다. 솔직히 젊을 때에 왜 구글이나 페북에 인터뷰 한번 안 봤는지 후회 막급이다. 그때에는 괜히 마이크로소프트가 좋아 보였다. 서치 엔진이니 아니면 소셜 네트워크니 하는 허접한 기술로 사람들 현혹 시키는 것이 아닌 진짜 엔지니어링을 하는 회사로 보였으므로, 물론 지금은 구글이나 페북도 좋은 기술을 많이 만든다는 것을 안다.

여기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2010년 이전에 미국 캘리포니아의 조그마한 스타트업과 중견 보안 기업을 전전하다가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포진해 있는 곳에 와서 그들에게 많이 기술을 배웠고, 지식을 배웠고, 또 영어 실력도 그 전의 허접한 나잘난 영어에서 많이 업그레이드 되었다. 그 전에 회사에서 컨퍼런스 콜 한번 해 본적 없었던 나는 여기에서 컨퍼런스 콜 쯤이야 뭐 눈감고도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그만큼 빡세게 컨퍼런스콜 할 일이 많다). 어느 정도냐 하면 나는 이제 인도 영어, 중국 영어, 한국 영어, 필리핀 영어 이렇게 4개 국어를 더 습득할 수 있게 될 수준이니까 말이다. 유럽 영어는 그냥 미국 영어랑 비슷한 수준이라 사투리 정도로 생각하면 될것 같고. 팀웍도 배웠고, 팀리더 대행도 해 보면서 어떻게 사람들을 이끄는 것이 힘든 것인지도 배웠고. 정말 머리가 터지도록 리버싱 하기 힘든 타겟을 진짜 밤새서, 어떨때에는 크리스마스 전날 제로 데이가 터져서 아침 내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익스플로잇을 리버싱을 해서 어떠한 메카니즘으로 작동하는지 알아 내었을 때에 너무 “행복”했다.

그런데, 이제 이 안전하면서도 즐거웠고, 나에게 경제적인 안정을 가져다 주었던 이 여행을 마무리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어쨌든 왜 샌드박스에서 escape하려고 할까? 그 이유는 모든 시작되는 것에는 끝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 끝이 아니라면 언젠가는 끝은 있다. 그때가 끝이 아니라면 그 다음에 언젠가는 끝이 오게 되어 있다. 나는 그 끝을 지금 내려고 할 뿐이다. 그냥 우연일 뿐이다. 그것이 지금이라는 것은.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시대의 흐름? 아니면 커리어 단계의 발전 과정? 다음 커리어 단계를 밟고 있는 주변 동료들을 볼때에 그것이 내 미래일 것이라는 기대 반 불안감 반, 아니면 실망감? 답은 명확하지가 않다. 그것보다는 내가 내 능력을 100% 사용하고 있지 않다라는 죄책감에 가까운 것 같다. 이렇게 큰 회사는 각 구성원이 100%의 능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단지 30-40%만 열심히 자기 분야에서 힘써줘도 전체 팀은 잘 굴러 가고, 프러덕은 글로벌 기업 버프 받아서 날개 돋힌듯 팔리고, 분기별 실적은 항상 탑탑탑 하늘을 찌르면서 올라간다. 모든게 자본의 논리다. 자본이 이익을 창출한다. 너무 쉬운 게임이다. 자본이 많으니 훌륭한 인재들은 너무 쉽게 영입해 오고, 돈도 많이 주고 하지만, 결국 너무 많은 인재들은 100% 활용되지 못한다. 그것이 큰 회사, 잘나가는 회사의 비극이다. 난 내 능력을 100% 쓰면서 살아 보고 싶다. 뭔가 회사의 규제와 결정 과정에서 내 아이디어가 변형되고, 몰이해 되는 것에 진저리가 조금씩 나고 있다. 내 아이디어가 아니어도 이 회사와 팀은 너무 잘 나간다. 그러한 것이 너무 화가 난다. 그래서, 모두 안전한 샌드박스를 떠나는 것이 아닐까? 아마 그렇겠지?

나는 샌드박스에서 다른 샌드박스로 공간 이동을 하는 대신에 샌드박스를 탈출하기로 했다. 아마 1주일 후에 후회할지도 모른다. 나는 아주 마음이 약한 사람이다. 하지만, 모르겠다. 내가 미국에 올때에는 워낙에 한국이라는 사회가 나에게 모질게 대해서 전혀 미련이 없었는데, 이 회사는 진짜 회사가 나에게 잘못한게 없는데, 혼자 삐져서 나가는 거라서 솔직히 미안하기는 하다. 뭐 언젠가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지금은 그냥 쉬는 셈 치고, 1년이면 1년, 2년이면 2년 내 맘대로 살아 볼 생각이다. 그동안 내 인생을 너무 fuzzing을 안해 보고 살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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