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부와 Binge Watching, Dopamine Loop

전에 여러 곳에서 말한적이 있지만, 2004년경 미국으로 건너 오기 전의 나의 영어 실력은 아주 아주 좋았고, 동시에 아주 아주 형편 없었다. 무슨 말일까?

나는 한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오면서, 소위 말하는 우등생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고, 내가 가장 자신 있었던 과목은 “영어”였다. 왜인지 모르지만, 어렸을 때부터 언어라는 것, 특히 외국어라는 것에 크게 흥미가 끌렸고, 영어 공부는 정말 즐기면서 했다. 한번도 영어 공부를 하면서 힘들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다. 나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교재를 들자면 민병철 영어 세트. 중학교에 들어 가자 마자, 아버지께서 왜인지는 모르지만, 어디에선가 중고 비슷한 물건을 한껏 구매해 다 놓으셔서 새벽마다 일어 나서 꼭 30분씩 듣고 학교에 가고는 했다. 그때가 영어 공부하면서 가장 즐거운 때였던 것 같다.

그 다음으로 나의 영어 공부에 영향을 미친 인물은 안정효 작가였다. 중학교 때에 안정효 작가께서 학교에 방문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거기에서 영어 공부에 대해서 강연을 해 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니면, 다른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고, 어쨌든 우연한 기회로 안정효 작가의 영어 공부 방법을 배우게 되었고, 그의 영문 소설도 구매해서 조금 읽어 보려고 노력도 했다. 한국에 사는 한국 사람이 영어로 소설을 쓰다니. 정말 존경 스러웠다. 어쨌든 이러한 노력 덕분에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와는 상관 없이 나의 영어 실력은 독보적으로 향상 되었고, 영어라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 크게 걱정하지 않으며 살아 갔다. 뭐 심심 풀이로 고등학교 때에 토플 책을 사다가 풀어 보고는 했다. 물론 내 생애에 토플이나 토익 시험은 친 적도 칠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

내가 그 다음으로 영어 공부를 심각하게 생각하게 된것은 사회 생활을 한지 조금 된, 2004년이 다 되어서였다. 우연한 기회에 미국에 위치한 스타트업에 인터뷰 기회를 얻게 되었고, 나름대로 최대한 준비한다고 1:1 강사까지 구해서 공부했다. 그때에 내가 느낀 가장 큰 어려움은 일상적인 TV나 드라마 등의 영어가 생각보다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상하게도 내가 배웠던 학교 영어가 전혀 적용되지 않는 미스테리한 영역에 내가 서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럼 내가 그 동안 공부한 영어는 뭐지 하는 느낌. 그때의 느낌은 순수한 공포와 당황스러움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당황스러움과 걱정스러움과 그래도 어느 정도 영어는 된다는 이상한 자존심들이 섞인 상태에서 그렇게 준비를 하고 미국으로 건너 왔지만, 한국에서 영어 엘리트였던 나는 미국에서는 영어 둔재에 가까웠다. 때로는 미국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왜 그렇게 영어를 잘하냐고 어디서 배웠냐고, 아니면 홍콩 사람 이냐고 (홍콩에서는 영어를 일상 사용하니까) 물어 보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정작 본인은 의사 소통이 클리어하지 않다는 점을 항상 느끼면서 살았다. 그게 어떤 느낌인지는 모두 알것이다. 상대편과 나와의 대화가 대략 30%에서 많아봐야 70% 이상 내용 전달이 안되고 있는 상황들… 꼭 영어 단어의 문제가 아니라, 늬앙스 그리고 문화적인 차이,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방식 – 모든 것이 너무 낯설었다. 이것은 마치 안개와 어둠속에서 상대방과 대화하면서 스무 고개를 하듯이 마음속을 추측하면서 대화하는 마치 내가 벙어리가 된 느낌의 커뮤니케이션이었다. 이때가 사실 미국 생활 중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상태가 5년 내지는 10년 이상 된다면, 의사 소통 불가로 인한 사실 삶의 질 저하로 인해서 미국에서 살아 가는 의미가 많이 상쇄된다. 영어를 할줄 안다고 의사 소통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극복하게 해 준 것은 사실 “미드”였다. 너무 뻔한 대답이지만, 어쩔 수가 없다. “미드”는 주말 시간을 모두 TV 앞에서 소비하게 만드는 부작용도 많지만, 단 시간에 가장 많은 영어 영상, 음성 소스를 소비할 수 있는 매체다. 유투브는 상대적으로 플레이 단위 시간이 짧아서 몰입의 정도가 낮다. 하지만, 미드는 기본 30분에서 50분짜리까지 한 에피소드를 소화하려면 그 정도의 시간을 어쨌든 몰입하게 되고, 집중하게 되고, 스토리 라인을 따라 가다 보면 부분 부분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참으면서 볼 수 있게 된다. 특히나 자력으로 스토리 라인을 마침내 이해하게 되었을 때는 커다란 희열도 느낄 수 있게 된다. 어쩌면 소셜 네트워킹에 사람들이 중독 되는 도파민 룹이 드라마를 binge watching 하면서도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

When we are engaged in an activity that we enjoy, our brain produces dopamine– the “feel good hormone”.

https://blog.cognifit.com/binge-watching/

Binge watching과 행복 호르몬인 도파민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사실 내가 지어낸 것이 아니라 이미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이론이다. 도파민은 일종의 행복 호르몬으로서 사람의 행동 유형을 결정하는 중요한 호르몬이다. 도박이라든지 여러가지 약물 중독 등도 모두 도파민이 관여하고, 스마트폰 중독, binge watching 모두 도파민이 연관되어 있다.

사실 내가 영어 공부를 마스터하는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이 binge watching이다. 적어도 하루에 10시간을 만약 집중해서 영어를 듣는다고 하면, 만약 그러한 생활을 주말이나 주중에 한두번 정도로 1년 2년 아니면 5년 이상 하게 된다면, 영어 듣기가 안된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이러한 binge watching의 최대 장점은 어느 순간 말하기는 안되어도 듣기가 굉장히 clear 해진다는 것이다. 아까 안개낀 어둠 속에서 대화하던 것 같은 느낌이 마치 투명한 유리 창을 통해서 서로 바라 보듯이 깨끗한 high quality의 의사 소통, 적어도 듣기에 있어서는,이 가능해 진다.

많은 사람들이 많은 영어 공부용 미드를 추천하지만, 개인적으로 원칙은 없다고 생각한다. 단, 당연히 영어로 만들어진 컨텐츠여야 하고, 최대한 재미 있어야 할것. 그리고, 최대한 일상 생활과 관련한 상황들이 많이 나올것. 계속, 액션만 나오는 미드는 사실 영어 공부하기에 실생활과 관련 없는 상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표현들을 많이 못 배울 가능성이 있다. 다음에 그냥 생각 나는 대로 몇개 나열해 보겠다. 사실 내가 본 미드 시리즈만 수십개에서 백개가 넘을 가능성이 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것들 몇개만 나열해 보겠다. 사실, 최근에는 영어 공부를 위한 미드 시청은 필요성이 적어서 하고 있지 않아서 최신 show들은 따라 잡지 못하고 있다 🙁

  1. Breaking Bad
  2. The Lost
  3. Game of Thrones
  4. The Office (US edition)
  5. Better Call Saul
  6. Homeland
  7. Unbreakable Kimmy Schmidt
  8. Orange Is the New Black
  9. Westworld
  10. Jessica Jones
  11. Santa Clarita Diet
  12. Black Mirror
  13. Mr. Robot
  14. Making a Murderer
  15. Ozark
  16. The Walking Dead
  17. Homecoming
  18. Malcolm in the Middle
  19. Maniac
  20. The Man in the High Castle

하지만, 결국 이러한 습관은 나중에 이 binge watching 습관을 해결해야 되는 과제를 남기게 된다. 생각해 봐라, 저기에 나열한 20개의 시리즈를 보기 위해서 내가 사용한 시간을, 실로 엄청 나다. Binge watching은 어느 순간에는 컨트롤을 해야 한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한다.

어쨌든 오늘의 주제는 넷플릭스를 이용해서 영어 공부가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도파민을 발생 시켜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binge watching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다라는 것. 단, 이러한 효과는 영어가 잘 안들려서 굉장히 스트레스 받는 상황을 중화 시켜주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 다만, 영어 실력이 많이 늘고 난 후에도 binge watching 습관이 남아 있으면, 나중에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으니, 굉장히 주의 해야 한다는 점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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