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그림의 계획

페이스북에서 어떤 분이 이런 화두를 던져 주셨다.

“검은 머리 미국인 한국에서 트레이닝 코스로 쌈지돈 챙기면서 요 며칠간 뻐킹 코리아 코로나 드립 쩌시네 😁”


뭐 심증으로는 이게 나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잘 생각해 봤다. 내가 잘 하고 있는지를…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식의 인신 공격에 가까운 발언들이 가장 비열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불만이 있다면 팩트와 정확한 내용을 바탕으로 말을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한국에 있을 때에 보안 커뮤니티의 어둡고 서로 비방해 대던 (스스로도 일부 참여하기도 했고) 습성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름대로 한국에서 보안으로 경력을 시작했고, 꽤 오랫동안 한국에서 회사도 만들기도 하고 다른 회사들을 옮겨 다니면서 개발이나 펜테스팅 등을 전전하다가 어쩌다가 미국으로 오게 되었다. 미국에서도 스타트업에서 고생만 죽어라 하다가 어쩌다가 Microsoft라는 큰 회사에서 쟁쟁한 사람들과 같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러모로 운이 좋은 편에 속하는 커리어 패쓰라고 생각한다.


정말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마이크로소프트를 떠나기 전 일년 total compensation은 $400K가 넘어 갔던 것 같다, 그냥 있었으면 주가가 올라서 지금쯤 $500-$600K까지도 되지 않을까?), 스타트업 생각을 하게 된 것은, 10여년 동안 Microsoft, HP 같은 거대 조직에서만 일을 하다 보니 정신적으로 burn out이 왔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하는 일에 비해서 임팩트는 장난 아니게 큰데, 그 대신에 지금은 좋아졌다고 해도 뭐 하나 하려고 하면 수많은 논의와 태클, bureaucracy에 걸려서 이건 내가 회사의 부품인지, 내가 진짜 내 의지를 발동해서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하나라도 있는 것인지 하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나 조직에서 시니어로 올라 가면 갈 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 심해진다.

회사를 나오기 위해서 2년 넘게 준비를 했다. 실질적인 준비라기보다는 거의 플래닝 단계에 머물렀지만, 생각보다 여유 시간이 부족해서 실질적인 코딩이나 컨텐츠 등은 전혀 생산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결국 미루고 미루다가 마지막으로 시점을 2019년 5월로 정해 놓고, 공개적으로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그래야 어느 정도 pressure가 생길듯 해서. 2018년 김치콘 패널 토의에서도 2019년 5월 즈음부터 스타트업을 하겠다고 공표를 했다.

나오기 전에 주위에서 스타트업을 하는 몇몇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공통된 조언 중의 하나는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과 인맥을 동원하라는 것. 물론 그 조언을 충실히 따르지는 못하고 있지만,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 해 보다가 나온 아이디어 중의 하나가 미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 되어 있는 한국의 인력을 초기 합류 인원으로 고용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은 처음에 한국에 세미나 같은 것을 열어서 사람들에게 제공하면서 사람들과 인터렉션하는 것, 그러면서 조금씩 발전 시킨 아이디어가 내가 알고 있는 여러 스킬셋을 코스로 만들어서 제공하면서, 그러한 작업에 한국에 계신 분들을 파트타임으로 참여 시켜서 새로운 사람들을 알고 장기적으로 같이 일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뭐 이러한 아이디어가 나오기 전에 몇몇 스스로 폐기한 몇몇 아이디어도 있긴 한데, 이 부분은 나중에 다시 조금 수정해서 시도할 예정이다.

어쨌든 그렇게 트레이닝이라는 것을 시도했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잘 되었다. 그렇게 해도 내가 Microsoft에서 벌던 만큼에 미치지를 못하지만, 지금은 솔직히 행복하다. 이유는 두가지다 먼저, 내가 무엇을 할지를 내가 결정할 수 있다. 일은 Microsoft에 있을 때보다 훨씬 많이 한다. 하지만,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하기 때문에, 정신적인 피로도는 훨씬 낮다. 두번째,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이 생각보다 보람이 생기는 일이다. 각자의 수준에 상관 없이, trainee들이 새로운 스킬셋을 획득하고, 자유롭게 사용하고, 또 내가 전해 주고 싶었던 인사이트를 얻어 가고, 트레이닝 마지막 날 쯤에 모든 것을 이해 한듯한 탄성을 낼때에 기분이 정말 좋아진다.

애초의 트레이닝의 목적 중의 하나는 말 그대로 쌈짓돈이나 벌자는 것이다. 한국에서 보안 인력들과 만나고 인터렉션하고 서로를 알아 가는 과정에 드는 비용 정도는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어차피 미국 은행/주식 잔고는 향후 몇년 걱정 안해도 될 정도는 있다. 생활비를 꺼내어 쓰고는 있는데, 또 보유한 주식이 나름대로 올라서 원래 가지고 있던 잔고로 다시 올라 갔다. 돈을 얼마 벌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크게 걱정하거나 신경 쓰지는 않는다. 한국에 보유한 계좌에서도 미국으로 송금하는데에 한계도 있고, 환율도 별로라 남아 있는 잔고도 많이 있다. 이걸 조금 더 쌓아서 향후 채용이나 사무실 구하는데에 사용할 예정이고.

처음의 계획은 2019년 말까지는 투자를 받고 사업을 키우는 것이었는데, VC 들 한두명 만나보니 딱 그림이 나왔다. 내가 이 분들 돈을 받아 먹는 순간, 이 사람들이 내 보쓰가 된다라는 사실을. 조직에서 명령 받는 것이 싫어서 나왔는데, 일단 향후 1-2년은 적어도 지금의 자유의 공기를 만끽하고 싶다. 돈 몇억, 많아야 10억 정도에 지금의 내 자유를 버리고 싶지는 않다. 사업이 조금 커지면 생각이 달라지겠지만, 일단은 현재를 즐기고 있다. 그 사이에 정말 좋은 아이디어, 좋은 제품, 서비스의 프로토타입 정도가 나오면 그때쯤에는 회사를 키우기 위해서 조금 더 노력을 할 예정이다.

그리고, 나는 한국 시민권자이고, 미국 영주권자이다. 미국 시민권은 역시나 심리적인 저항감 때문에 시도할 예정이 아직 없다. 한국에서 일하면서 힘들었던 것들 때문에 미국으로 기꺼이 왔지만, 시민권까지는 아직은 심리적으로 받아 들여지지는 않는다.

한국 코로나에 대한 비판글들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2017년 재외 국민 투표가 있을 때에 멀리까지 쫓아가 재외 국민 투표까지 하면서 지금 대통령이신 분을 찍으려고 했다. 그런데, 워낙에 정치에 무관심해서 재외 국민 투표 등록하는 시한을 놓쳐서 못하기는 했지만. 지금 한국의 대응이 최고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정 종교 단체 문제든 아니든, 위협은 현실에 이미 다가 왔고, 정부가 그 해결의 키를 쥐고 있다. 그 책임을 국민들이나 특정 단체에게 떠 넘기는 것은 일단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거기에다 한국에 계신 양가 부모님들, 친지들 모두 걱정되는 상황에 입 다물고 가만히 있는 것이 오히려 무심한 인간이나 할 일이다. 어떠한 정치적인 스탠스를 가진 사람들이 내가 쓰는 글을 싫어하리라는 것을 알지만, 그러한 것이 무섭지는 않다. 내가 생각하기에 옳다고 생각하는 글들을 올리는 것이니.  그리고, 일단 나도 한국에 세금을 내고 있는 입장에서 할말은 하고 싶다. 다만, 인신 공격성의 글로 공격하는 사람은 나는 수준 이하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지금 다른그림은 초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라는 것, 트레이닝을 통해서 스스로 아이디어들과 툴들을 정리하고 있다는 것. 또한 코트레이너 프로그램을 통해서 실제로 한국에 있는 분들과 실제로 일을 하면서 서로를 파악해 가는 단계라는 것. 한국에 보유한 계좌들은 결국 다른그림의 한국 지점 설립을 위한 종잣돈이 될 것이라는 것 정도가 현시점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계획일듯 하다.

이제 어느 정도 내가 쌓아 놓은 컨텐츠들이 생기고, 여러가지 서비스들을 제공할 여력이 서서히 생기면서, 새로운 서비스도 런칭할 예정이다. 로우 레벨 포렌직 서비스나, 말웨어 스캐닝, ML 서비스 같은 것들을 기획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 혼자서 아이디어 레벨 구현이라서 진도는 더디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같이 일할 사람들을 찾고 팀이 꾸려지기 시작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감이 조금씩 생기면서 예전부터 알던 미국/유럽쪽 시큐리티 구루들에게 연락들을 취하고 있다. 다음주에만 사업 협력 논의나 조언을 받는 취지로 컨퍼런스 콜 2개 정도 잡아 놓았고, 그 다음주에는 Microsoft 출신으로 보안 스타트업 하는 인력들을 위주로 먼저 만나 보려고 약속을 잡고 있다. 뭐 찾아 보니 EDR 만들고 있는 팀도 있고, IoT 보안 서비스, 어플리케이션 화이트 리스트 서비스 제공하는 사람들도 있고 골고루다 다들… 유럽이나 미국에서 여러가지로 트레이닝이나 여러 프로젝트를 할 의향이 없느냐 메일이 오긴 하지만, 일단 아직 여력이 없다. 적어도 같이 일할 사람이 충원 되어야 하고, 그 분이 어느 정도의 영어를 구사해야 해당 디맨드를 맞출수 있을듯 싶다. 미국 현지 인력을 고용하기에는 샐러리가 너무 쎄다 솔직히.

어쨌든, 다른그림에서는 코트레이너 프로그램으로 계속 여러가지로 같이 일해 볼 수 있는지를 알아 볼 수 있는 장치를 제공하고 있으니 다음 링크에서 지원하시길 바란다. 당연히 소정의 강의료 (하루 40만원)와 함께 일부 과정에 대해서 코트레이너로 참여 했더라도 일주일 전체를 수강할 수 있는 혜택을 주고 있다. 물론 자신이 맡은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몇주정도 혼자 예습하고 와야 한다. 코트레이너 프로그램은 서로가 서로에게 큰 commitment 없이 서로간의 성향과 실력을 알아 보기에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원자들이 약간 밀려 있어서 지금 당장 같이 할 수는 없겠지만, 1-2년 내로 적어도 한번 정도씩은 같이 트레이닝을 진행 볼 수 있게 기회를 균등하게 배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른그림 코트레이너 지원서

다른그림의 계획”의 2개의 생각

    1. 예 아직 미약하지만, 일단 기초부터 탄탄하게 쌓아 나아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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